2025.05.09(금)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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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답은 사랑이다. 그러면 ‘자연은 무엇으로 사는가?’하고 묻는다면 답은 아마도 협력이 될 것이다. 인간까지 포함하여 자연을 이루는 개체들은 살아남기 위한 무한 경쟁을 벌이지만, 그 중에서 자손을 더 많이 남기는 종은 협력의 기술이 뛰어난 종이었다. 자연선택은 협력의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진 개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식물 분류에서 과(科)의 총수는 600여 개인데, 그 중에서 가장 번성한 과는 국화과, 난초과, 콩과이다. 국화과에는 27,500여 종이 속해 있고, 난초과에는 27,100여 종, 콩과에는 23,500여 종이 번성하고 있다. 네 번째는 꼭두서니과 13,500여 종으로 위의 세 과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생존과 번식에 협력의 방식을 채용했느냐의 여부였다.
국화과의 꽃들은 생식을 담당하는 대롱모양꽃(관상화, 꽃의 중앙 부분을 이룬다)과 벌나비들을 모으는 혀모양꽃(설상화, 해바라기나 코스모스처럼 꽃의 둘레에서 꽃을 화려하게 보이게 한다)이 서로 협력을 한다. 난초과의 꽃들은 씨앗을 만들 때 배젖(배유胚乳, 씨앗 속에 들어 있는, 배아가 발아를 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지 않는다 그 대신 그 에너지로 배아胚芽만 가진 먼지만한 씨앗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만든다
. 이 씨앗이 널리 퍼져 땅에 묻히면 곰팡이로부터 영양분을 얻어 발아를 하고, 대신 광합성을 시작하면서부터 탄수화물을 곰팡이에게 나누어준다. 콩과 식물들은 뿌리혹박테리아와 이러한 협력을 하여 질소를 얻고 대신 탄수화물을 제공한다. 세 과 모두 협력의 DNA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자연선택의 과정에 작용하여 자손을 더 많이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숲에서도 이러한 협력의 관계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다. 우선 혼효림混淆林을 예로 들 수 있다. 숲에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섞여 자란다. 큰키나무(교목), 중간키나무(소교목), 키작은나무(관목)들도 숲에서 층을 이루고 있다. 햇빛을 큰키나무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광반光斑을 통해서 밑에 있는 나무들도 햇빛을 나누어 갖는다. 그늘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대개 음수여서 적은 햇빛으로도 광합성을 한다.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숲은 빈 공간 없이 꽉 들어차 있어 생산성이 높고, 병충해나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큰 저항성을 갖는다. 혼효림에서는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개체 간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숲의 토양에서는 나무 뿌리들이 곰팡이들과 협력하여 균근을 형성하고 있다. 균근에서 나온 균사는 땅속에 널리 퍼져 있으면서 뿌리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 곰팡이들이 나무 뿌리에 물과 영양분을 날라다 준다. 나무는 이들에게 광합성으로 얻은 영양분을 나누어준다. 또한 나무들은 이 균사를 통해 탄소를 교환하고 정보를 나눈다. 크고 나이 많은 거목들은 어머니 나무가 되어 균사의 연결망을 통해 주변의 어린나무들, 특히 자기의 자손을 돌보기도 한다.
나무가 피우는 꽃은 곤충이나 새와 같은 매개 동물들과 협력을 하고, 씨앗을 퍼뜨리는 데에도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물론 대가도 주어진다. 현화식물이 지구를 뒤덮어 식물 행성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들이 선택한 생존 수단인 협력에 의지한 바가 절대적이다.
우리 사피엔스도 언어를 통해 협력의 능력과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후손을 가장 많이 남긴 종이 되었다. 그러나 인류는 겸손하지 않았고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상리공생의 협력이 아니라 일방적인 승자독식으로 일관해 왔다. 그 대가는 기후 붕괴의 위기로 돌려받고 있다. 올해 입춘의 기온은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한다.
숲을 가꾸되 그 설계도는 숲을 이루는 개체 간 협력 관계를 조장할 수 있도록 그려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탄소중립의 설계도에도 자연과 인간의 상리공생의 협력 관계가 밑그림이 되어야 한다. 숲과 인간이 어깨동무를 하는 것이다. 산림 정책에서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지점이 아닌가 한다.
산림녹지신문 sks653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