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량
경남 밀양 출생. 1989년 월간《동양문학》으로 시 등단. 시집 『사마리아의 여인』『새들이 돌을 깬다』『서로는 짝사랑』제12회 녹색문학상 수상.








지리산, 제석봉


태울 것 다 태우고
하얀 뼈대로 서 있는 고사목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 지팡이 되어
바람의 길을 가고 있다

영혼은 구천을 떠도는 구름인가
장터목에서 맴돌며 떠날 줄 모른다

*감상노트 : 삶은 여러 갈래였으나 가는 길은 하나다. 차라리 모든 것을 다 드러내고 영혼이 바람에 목욕하는 시간에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마주해 보자. 왔던 길에서 발견되는 얼룩은 내 훈장이었다고 생각해 보자. 모든 것을 희생하고도 모두 내어주는 고사목의 모습이 내 부모을 보고, 앞으로의 내 모습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넘어가는 해를 바라본다면 “구천을 떠도는 구름”에서 내 영혼의 무늬가 보이지 않을까 싶다. “하얀 뼈대로 서 있는” 나무 하나가 참 많은 것을 던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