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연 : 호 매강(梅綱). 서울 출생. 시인· 문학평론가. 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 석사. (사)한국산림문학회 편집주간. 한국문인협회 감사.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한국문학백년상 수상 외. 시집『 내안의 그』『사랑, 그 언어의 무늬』외 다수, 수필집 『그리움으로 가는 편지 전3권)』『바람난 산바라기』.












“자신의 삶은 끝냈으나 다른 조직의 삶을 위하여 수액을 옮겨주고, 자신은 죽었으나 다른 조직을 하늘 높이 올리고 버텨주기 위해 강도와 굳기를 더하는 것이 나무이다. 나무는 죽은 자들을 통해 호흡을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신준환 『행복한 나무』지오북 刊-

♣열심히 산다는 의미 속에는 ‘행복’이라는 보이지 않는 깃발을 향한 마음이 있다. 그것이 자신의 만족일 수 있으나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그 만족이란 것은 나의 것을 다 내어 주는 기쁨도 포함되어 있다. 나무의 삶이 그렇다. 나무에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스스로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나무 자신을 위한 것 같지 않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로 살아가는 것 같다. 가지와 잎을 주고, 열매를 주다가 선선한 그늘과 맑은 공기를 주고, 몸뚱이 전체를 주고도 뿌리를 주고, 그리고 흙처럼 변한 그 흔적마저 다 주고서야 비로서 자신이 이 우주에 존재했던 소명을 다 한 보람을 얻는 것이 나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봄 나무는 나무가 말하지 않는데 술렁임을 느끼고, 여름에는 그 푸른 함성이 뜨거움을 누르고 있음을 느낀다. 가을 나무는 어떤가. 최선을 다해 내어주고, 마지막 아름다움을 뿜어내며, 겨울 나무를 바라보면 그 앙상함이 갖고 있는 편안함에 놀라곤 한다.

다 내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삶의 아름다움을 나무는 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무는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는 교훈이 필요없지만 사람은 나무처럼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듣곤 한다. 그 이유가 죽은 자들과도 호흡해 또 다른 생명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나무의 생태에서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