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춘실
황해도 사리원 출생.《화백문학》시 등단, 한국산림문학회, 한미문단 회원,송산 시문학 동아리 부회장, 시집 『나도 다섯 살 아이였다』 『고향이 없다던 아이』






엽이 눕는다


날개 달고 하나 둘
바람 타고 날아 내린다

바닥에 닿지 않으려고 파닥이다
시간에 물들었는가
꽃나비 되어 날고 있다

부서지지 않은 채
한 잎, 또 한 잎
몸을 떨다 사라진 뒤에도
한 바퀴 휘돌아서
숲을 빠져나가려는 몸부림인지
날개짓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낙엽이 비되어 쏟아진다

다시는 푸름을 찾지 못한 채
낙엽은
낙엽 위에 낙엽으로 눕는다

*연둣빛 새 잎이 녹푸르게 계절을 보내고 그 뜨거운 열정의 시간을 내려놓는 계절, 내 안의 가을은 ‘비움의 이치’가 채워 진다. 정직한 자연을 외경할 수 밖에 없는 건 궁극의 가르침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숲을 빠져나가는 몸부림”은 열심히 살아온 이의 진정한 자유로움의 표현이면서 벗어나야 다시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이치로도 연결된다. 떨어진 잎은 다시 같은 잎이 되지 않아도 그만큼 나무를 성장시킨다. 인생론이라는 것이 별거던가. 누운 낙엽이 고백하는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다가 시 한 편을 탄생시키는 시인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자연의 언어에 마음 기울여 본다면 ‘산다는 이치’를 얻는다. 결코 낙엽 하나도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