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사랑 칼럼 1 - 사라지는 야생화 터전을 보면서 - 산림녹지신문 sks6535@hanmail.net

2024년 01월 23일(화) 10:32

곰취 주원섭
수필가 2017《수필 시대》 수필등단, 예비역 육군 대령, 현 산림교육전문강사, (사)한국산림문학회 이사, 3사 문학회장 역임. 제8회 한국 꽃 문학상 수상, 저서 『오늘도 숲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축제의 원류 하면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부여의 정월 영고(迎鼓), 고구려의 10월 동맹(東盟), 예의 10월 무천(舞天) 등은 제천행사의 목적으로 일종의 공동체적 축제이자 동시에 풍년을 기원하고 추수를 감사하는 의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축제는 계속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다가 일부 변형되어 최근 80년대 후반을 넘어오면서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90년대 중반에 접어들어 지방자치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각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적 특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정체성을 확고히 드러내면서 지역주민의 화합을 도모하려는 축제들이 행정관서 중심으로 현재 1천여 개에 육박하는 양적인 증가로 일반인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데 나름대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지만, 많은 문제점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축제의 유형은 '마을굿'이나 '지역 정체성' 그리고 '관광과 여흥 거리'에 바탕을 두지만, 지역 특징을 살리는 친환경적이면 그 수명이 길지만 그렇지 못하면 자연 소멸하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급격하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축제들은 성공한 축제의 형태를 본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거의 유사한 볼거리와 놀거리가 연출된다. 또한 여기에는 관이나 유관 단체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예산, 토지, 건축물, 운영권 등 모든 것이 신속하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양적 증가를 부추기는 원인을 제공하고 자연을 파괴하는데 앞장서는 형국이다.

지난여름에는 강원도의 한 야생화 축제장을 숲생태학 강사회원과 함께 다녀왔다.
이곳은 태백산과 함백산 그리고 장산 일원으로 초·중·고 학창 시절을 보낸 애착이 많은 곳으로 특히 이곳의 야생화 축제는 우리 숲을 공부하는 회원들이 야생화의 美를 음미하기 위해서 매년 여름에 한 번씩 다녀오는 정기 탐화 지역으로서 2007년도부터 현재까지 축제와 함께 시작한 지 15년이 넘는 정든 곳이다.

이곳의 야생화 축제는 하늘 숲 정원, 바람길 정원, 산상의 화원, 야생화 공원 지역 등으로 운탄길과 영월, 태백 그리고 정선에 이르는 삼거리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야생화 군락지인 해발 1,330m의 고지에 천연 야생화의 향기 속에서 "훼손에서 자연으로의 복원"이라는 부제로 폐광 도시에서 참살이 관광지로 만드는 데 큰 의미가 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말 건강한 지방 축제라고 생각해 매년 정기적으로 찾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도 역시 축제의 한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모든 지자체 축제가 그렇듯 축제의 성격과는 다르게 역시 비슷한 메뉴가 등장한다. 즉 전국 축제 공통 먹거리와 요란스러운 음악 소리와 관광객 유치를 위한 무차별한 생태계 파괴가 대표적이다.

<인간이 숲을 버리면 숲도 인간을 버리며 숲의 위기는 곧 인간의 위기를 가져온다>

산중의 야생화정원에서 깨지는 쇳소리 같은 고음들이 숲속을 진동하노라면 주변의 매미와 풀벌레 소리는 아침부터 한번 울어보지도 못하고 흔적을 감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봐줄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천연 야생화 터전을 해마다 조금씩 파괴하더니 예전보다 80% 이상이 훼손되어 야생화 터전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일행들도 모두 그쪽으로 눈길 돌리는 것조차 꼴 보기 싫어 주변을 빙 돌아서 다른 지역으로 향한다.

축제를 위해서 주체인 야생화 터전을 행사장 공간으로 짓밟아 축제의 기본취지를 벗어나는 누를 스스로 범하고 있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며 무지의 극치를 보여주는 현장에서 우리들이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스피커를 통해 흐르는 시끄러운 괴성보다는 시원한 매미 소리가 듣고 싶지만, 이곳에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야생화 축제장에 야생화가 없으면 그 축제의 생명도 짧을 수밖에 없다.
무당거미는 먹이가 잡히지 않을 때는 자기 다리를 잘라 먹고 나면 그 다리는 다음 탈피 때 다시 생성되지만, 우리의 숲은 불행하게도 금방 복원이 되지 않음을 깊이 깨닫고 현재보다 더 자연자산을 잘 관리하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부끄럼 없이 물려줬다고 자랑해 보자.

인간이 숲을 버리면 숲도 인간을 버리며 숲의 위기는 곧 인간의 위기를 가져옴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