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연 시인의 책 읽는 나무 ③ 이용직 『편백 숲에 부는 바람』에서 길을 묻다 산림녹지신문 sks6535@hanmail.net

2024년 01월 15일(월) 11:23

*이서연 : 호 매강(梅綱). 서울 출생. 시인· 문학평론가. 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 석사. (사)한국산림문학회 편집주간. 한국문인협회 감사.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한국문학백년상 수상 외. 시집『 내안의 그』『사랑, 그 언어의 무늬』외 다수, 수필집 『그리움으로 가는 편지 전3권)』『바람난 산바라기』.










“내가 보기로는 말이다. 지금도 임업에 손대는 사람을 덜 떨어진 사람처럼 취급하는데 말이다. 앞으로 몇 년 만 더 있으면 이보다 더 좋은 직업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산과 나무를 찾아 나설 것이니 산을 상대하는 직업이 인기가 있을텐데 왜 그 길을 마다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 돈이 되는 그런 직업보다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기만이 너의 판단이 옳은 결정이다. 아비의 가업을 잇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장차 네가 무슨 일을 하면서 보람 있게 사느냐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용직 『편백 숲에 부는 바람』들메나무 刊-

♣좋은 대학을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다. 무엇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위해 대학을 가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나도 그 시절엔 오로지 대학을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적성과 무관한 진로까지 알아보곤 했었다. 당시에는 어떤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지 살피는 안목이 없었다. 남들처럼 취직해서 적금 붓고 독립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고, 그 평범한 일이 유독 내게만 힘든 목표처럼 여겨졌다. 지금 돌아보니, 그런 고민과 갈등 속에 성장통을 겪었지만 결국 작가가 되는 데 거름이 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소설『편백 숲에 부는 바람』은 평생 나무를 심었던 선각자 고 임종국 선생을 모델로 쓴 것인데 세상을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곤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당장 눈에 띄는 일이 아니어도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는 일을 하는 게 결국은 자신뿐 아니라 인류를 위해 희망이 되고 보람이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유독 심한 날, 산 정상에 오르니 한 그루 나무가 손짓을 한다. 나를 오래 기다렸다는 듯.....하찮은 사람도 하찮은 일도 없다. 그 사람이 자신의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일의 가치와 사람의 가치가 달라지듯이.....이렇게 나를 다독이며 나 역시 그 나무처럼 비바람을 맞으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