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강이 보내주는 숲향의 시 산림녹지신문 sks6535@hanmail.net

2023년 12월 19일(화) 12:49

신원철
경북 상주 출생. 2003년 《미네르바》시 등단. 한국산림문학회 회원,
강원대 삼척캠퍼스 글로벌학부 교수, 시집 『나무의 손끝』『닥터 존슨』외 다수.










동해안 기찻길 따라서


만남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려면
동해안 방파제도 좋지만
해안선 절벽을 따라 기찻길을 걸어볼 일이다

일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바다에 바짝 붙은
레일 위를 하염없이 걷다가
아래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잠시 앉아
기슭에 와 닿는 부딪힘이 얼마나 무량한지
그렇게 땅이 잉태한 생명 얼마나 꿈틀거리는지

물보라 피어오르는 언덕의
허리 뒤트는 소나무와
우루루 몰려오는 바다를 맞아볼 일이다


*몸살나도록 가슴을 부여 잡고 살아야 할 날들이 있다. 만나는 인연은 좋아서도 몸살을 만들고, 상처를 받아서도 몸살을 앓게 된다. 인연으로 삶을 그려가는 인생, 그래서 어쩔 수 없다. 인연에 부딪히며 삶의 무늬를 만들 갈 수 밖에....동해안 기찻길을 따라 걷다보면 바다를 만나서야 알게 된다. 때로는 인연의 상처에서 시인은 시를 낳고, 음악인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든다는 것을....결국 그것이 기찻길을 따라 마지막에 만나는 바다에서 바람처럼 사라지는 꿈이 된다는 것을....그렇더라도 그런들 어떤가, 몸살난 가슴으로 사느니 “물보라 피어오르는 언덕의/ 허리 뒤트는 소나무” 한 그루 만나는 그 바다의 자리에서 속가슴 끓어 오르는 생명력에 맡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