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강이 들려주는 숲향의 시 산림녹지신문 sks6535@hanmail.net

2023년 08월 07일(월) 11:12

김선길: 시인, 시조시인. 경북 포항 출생. 월간 《문학》으로 시조 등단. 계간 《산림문학》으로 시 등단. 전 경북도청산림과장, 전 경운대 교수. 현(사)한국산림문학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나무 아래 바람으로』








성밖숲 맥문동


낙동강 칠백 리를 품고 가는 별의 고을
이슬 내린 성밖 숲 고즈넉한 새벽이면
세월 속 뒤틀린 왕버들 흑룡처럼 꿈틀댄다

초록의 물비늘이 살랑살랑 일어날 때
노거수 발등 위로 불을 켜는 보라 촛대
겸허한 보랏빛 물결 한여름을 출렁인다


*성주읍성의 서문밖 ‘성밖숲’은 한가운데 흐르는 하천을 따라 수백년 된 아름드리 왕버드나무들이 푸른 그늘을 만들어 주고, 그 아래엔 보석같은 맥문동 보랏빛 꽃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자연의 몸부림을 달래고자 만들어진 숲 덕분에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 마을이 되면서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어느 곳이든 좋은 풍경이 존재하는 이유와 의미를 섬세하게 이해한다면 자연이 주는 미세한 여운을 좋은 에너지로 오래 간직할 수 있다. 여름 그늘엔 그 어떤 향기도 푸르게 느껴진다. 푸른 기운이 가득한 곳에서 푸른 결의 옷을 입고 거닐어 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