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강이 들려주는 숲향의 시 산림녹지신문 sks6535@hanmail.net

2023년 05월 22일(월) 14:09

김재준: 시인, 경북 울진 출생. 전 울진부군수. 현 (사)한국산림문학회 회원, 제9회 산림문학상 수상, <월간 산> 연재 중. 시집『다가서지 못한 시간들』외 다수.






초파일


김재준

때죽나무꽃 떨어져
떼거리로 열반에 든 아침

하얀 꽃 밟히는 산길에
뻐꾸기 울음 길게 따라오고

산을 깨우는 딱따구리 소리가
절집의 목탁처럼 들려

어느 스님인들
이보다 맑을 수 있을까

오늘은 모두 부처다


*산길의 때죽나무꽃은 시인의 눈에 들어온 연민의 대상이다. 그 꽃 밟히는 길에 따라오는 뻐꾸기 소리가 자비의 감성을 고조시킨다. 딱따구리의 소리가 목탁처럼 들리는 건 불이(不二)의 이치를 깨달은 경지. 자연을 자비의 눈으로 바라보는 순간, 진정 부처 아닌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