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강이 들려주는 숲향의 시 산림녹지신문 sks6535@hanmail.net

2023년 05월 22일(월) 10:01

우아지 : 경남 함양 출생. 1993년《현대시조》등단. 시조집『히포크라테스 선서』,『꿈꾸는 유목민』,『손님별』. 산문집 『세 번 결혼結魂한 여자』. 부산시조작품상(2회). 정과정문학상(9회), 성파시조문학상(제38회), 부산문학상(25회) 대상 등.







풀멍의 시간

우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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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선 모니터만 전철에선 폰만 보는
숨 가삐 걸어온 길 때로는 힘에 겨워
​퇴근 후 베란다에 앉아
빈칸 하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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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한 자리에 어린 순도 올라온 날
모닥불 불멍 하듯 너로 인해 숲이 된다
벽들이 서 있다 지워진다
흩어지고 굴러가며

*사유의 시간이 깊어지는 순간은 잠시 숨이 멎은 듯 모든 것이 정지된 찰나에서 빚어진다. 버거운 일상의 무게를 벗어야 할 때, 무엇인가를 지워서 비워야 할 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그 멍한 찰나가 필요하다. 싹이 돋아 지금 푸르게 퍼지고 있는 이 시기에 그 푸름에 생각을 놓아 버리는 것도 좋을 듯 하다.